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陽川, 강서구 마곡 가양동

浮萍草 2014. 1. 17. 15:12
    볕 좋고 물 맑은 땅… 겸재도 취한듯 화폭에 담아
    서울 강서구(옛 경기 양천현) 한강변의 아름다운 풍광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궁산 소악루에서 바라본 한강 일출(왼쪽 사진). 겸재 정선의 작품
    ‘소악루’. 강서구 제공
    울의 마지막 미개발지였던 강서구 마곡동 가양동 일대는 ‘천지개벽’ 중이다. 마곡지구 약 336만 m²에 미래지식 첨단산업단지와 국제업무지구 배후 주거단지 등을 조성하는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북적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황금 들판에 갈대숲이 우거진 평화로운 강변 마을이었다. 이곳엔 아직도 겸재 정선이 사랑했던 옛 풍경이 남아 있다.
    ㆍ의성(醫聖)과 화성(畵聖)의 고장
    강서구는 조선시대에 경기 양천(陽川)현에 속했다. 햇볕이 잘 들고 물 맑은 고장이라는 뜻 이곳의 아름다움은 조선 영조 때인 1740년대 양천현령을 지낸 겸재 정선의 화폭에 잘 묘사돼 있다. 양천향교에 선정비가 남아 있을 정도로 목민관 역할도 충실히 했지만 현령 시절 가장 큰 업적은 한강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후대에 전한 것.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양천팔경첩(陽川八景帖)’ 등이 결과물이다. 특히 궁산 기슭의 소악루(小岳樓)는 시와 그림의 만남으로 유명하다. 사천 이병연이 소악루의 경치를 보며 시를 지었고, 겸재가 이 시를 감상한 뒤 ‘소악후월(小岳候月·소악루에서 달뜨기를 기다림)’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당시의 소악루는 화재로 소실됐고 1994년 강서구에서 한강변 조망을 고려해 현 위치에 신축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다. 소악루 근처에는 겸재 정선 기념관이 있어 그의 그림을 접할 수 있다. 02-2659-2206 양천현은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 이전에 의학의 대명사인 허준을 배출했다. 허준이 나고 생을 마친 이 지역은 양천 허씨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현재 영등포공고 정문 앞에 위치한 천연 바위동굴은 ‘허가바위’라고 불린다. 옛날 석기시대 사람들이 한강 가에서 조개와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으리라 짐작되는 이 굴은 올림픽대로가 건설되면서 육지로 변했다. 허가바위는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을 집필하고 생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인 구암공원에 가면 허준 선생이 인자한 얼굴로 앉아서 병자를 진료하는 모습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가양동 허준박물관(허준로 87)에서는 직접 약재를 만져보며 한의학과 친해지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02-3661-8686
    ㆍ금보다 값진 형제애
    이 지역에는 진한 형제애를 보여주는 전설도 내려온다.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시조를 지은 이조년과 그의 형 이억년이 주인공. 형제가 우연히 금덩이를 주워 나눠 가진 뒤 공암나루에서 배를 탔는데 배가 강 가운데 이르자 아우가 갑자기 금덩이를 강물에 던졌다. 금 때문에 형제의 우애를 해칠 것 같았다는 이유였다. 그 말을 들은 형도 자신의 것을 강에 던졌다. 그 후 형제가 금덩어리를 던진 한강을 투금탄(投金灘)이라고 부른다. 공암나루터의 위치는 지금의 구암공원 광주바위 부근으로 추정된다. 강서구는 이처럼 역사·문화 자원이 많은 가양동 양천로 일대에 ‘함께 걷고 싶은 예술의 거리’를 지난해 조성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양천초등학교 담장은 겸재의 산수화와 투금탄 고사 이미지를 한강 물줄기와 연결해 형상화한 ‘서울풍경’이라는 입체 벽화로 꾸몄다. 양천향교 벽면에는 향교로 향하는 아이들을 부조로 표현한 ‘향교종이 땡땡땡’을 전시했다. ‘양천향교 제례’ ‘박물관 가는 길’ 등 특색 있는 작품을 조형화해 포토존을 설치했다. 이 밖에 서울 한강의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서울시 관광정책과(02-2133-2817)나 서울시의 온라인플랫폼 서울스토리(seoulstory.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W Donga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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