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漢字 世上을 말하다

言之有時<언지유시>

浮萍草 2013. 12. 22. 12:30
    마 전 성균중국연구소가 ‘중국의 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 자체도 관심을 모았지만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이 쓴 ‘모시는 글’ 또한 눈길을 끌었다. 한·중·일 3개국 학자들을 초청해 국제적인 말의 성찬(盛饌)인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면서 ‘때에 맞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잠언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사이수득 언지유시(思而雖得 言之有時)’가 바로 그것이다.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살다 간 이 땅의 문장가 강박(姜樸)이 지은 국포집(菊圃集)에 나오는 말이다. 강박은 오상렴(吳尙濂)과 채팽윤(蔡彭胤)의 시맥(詩脈)을 계승한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사이수득 언지유시’의 뜻은 ‘생각을 해서 비록 좋은 말을 얻게 되더라도 그 말을 때에 맞게 해야 한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 말 뒤에는 ‘비시즉망 신여불사(匪時則妄 矧女弗思)’가 따른다. ‘때에 맞지 않으면 망언이 되거늘 하물며 생각지도 않고 내뱉으랴’라는 뜻이다. 세상은 언제나 말로 뒤덮여 있고 그 말로 인해 탈이 나기 일쑤다.
    그래선지 도덕경(道德經)에선 ‘다언삭궁 불여수중(多言數窮 不如守中)’이라 말하고 있다.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니 가슴에 담아 두고 있음만 못하다’는 것이다. 말이 많으면 그만큼 낭패가 많다는 다언다패(多言多敗)를 경고하고 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간직하면(閉口深藏舌)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安身處處牢)’고 읊으며 당(唐)대부터 5대10국에 이르기까지 다섯 왕조에 걸쳐 무려 11명의 임금 을 섬긴 처세의 달인 풍도(馮道)의 설시(舌詩)는 언제나 마음속에 담아둬야 할 내용이다. ‘발 없는 말은 천리를 간다(言飛千里)’ ‘모든 중생의 화는 입을 좇아 생긴다(一切衆生禍從口生)’고 하지 않던가. 해마다 무수한 이가 ‘혀 밑에 도끼가 있다(舌底有斧)’는 사실을 깜박했다가 세간의 불같은 비난을 자초하는 불운을 겪곤 한다. 계사년 한 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말로써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게 숙명인 현대인으로선 ‘과언무환(寡言無患: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네 글자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경구(警句)다. 그렇다면 때에 맞게 말하는 ‘언지유시’가 정답이 될 수밖에 없겠다.
    Sunday Joins Vol 354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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