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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픈 소스 하드웨어’ 운동 선구자, 마친 자쿠보우스키

浮萍草 2013. 12. 8. 11:24
    농기계·가전 12가지 싸게 만드는 방법을 세상과 공유
    2011년 4월 TED 무대에 선 자쿠보우스키가 자신이 설립한 ‘오픈 소스 에콜로지’ 재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TED]
    떤 영화가 결말에 이르러 충격적 반전(反轉)을 보여줄 때 흔히 ‘식스 센스급(級)’이라는 표현을 쓴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1999년작 ‘식스 센스’야말로 그런 영화들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이후 샤말란 감독은 ‘더 강한 반전’에 대한 요구에 시달렸다는데 그렇게 내놓은 후속작 중 하나가 ‘빌리지’다. ‘식스 센스’에는 못 미치지만 이 영화 역시 강렬한 반전을 품고 있다. 깊은 숲에 둘러싸인 19세기식 마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들이 숲을 지배하는 괴물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바깥 세상과 조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는 줄거리다.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시대적 배경이 21세기라는 것. 오래전 갖은 사연으로 현대문명에 환멸을 느낀 부모 세대가 거대한 숲에 숨어 외부와 단절된 자급자족 경제를 구축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마을 사람들이 지독스레 철저하게 지키는 전세기(前世紀)적 생활방식이다. 실인즉 현대 과학지식이 충분함에도 이를 외면하고 옛 방식을 고수한다. 그 안에는 옛것이 순수하며, 인간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길이고 욕심 없는 자급자족 생활의 전제 조건이라는 생각이 숨은 듯하다.
    ㆍ핵융합물리학 박사학위 딴 뒤 농사 선택
    뜬금없이 한참 전 영화를 길게 곱씹은 건 오늘 조명할 또 다른 ‘빌리지(마을)’ 때문이다. 이 역시 특정 지역에 뿌리 박은 소규모 자급자족 경제를 지향한다. 협업과 공동체를 강조하고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를 경계한다. 영화와 확연히 다른 점은 현대 문명의 편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외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크라우드 펀딩 같은 21세기적 리소스를 마을 형성·발전의 기반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사이버 빌리지일까? 아니다. 사람이 먹고 자는 ‘진짜’ 마을이다. 이곳에는 트랙터도 있고 오븐도 있고 벽돌 찍어내는 기계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기기들을 대기업에서 사오지 않는다. 직접 만든다. 평균 제작비는 기성품 구입에 비할 때 8분의 1 수준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비디오를 참조해 얼마든지 조립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맞춤 제품들로 농사를 짓고 집도 짓는다. 이 모두가 ‘오픈 소스 하드웨어(Open Source Hardware)’의 힘이다. 흔히 오픈 소스라 하면 소프트웨어(SW)부터 떠올리게 된다. 특정 SW의 소스 코드(일종의 설계도면)를 무료 공개해 세계 각지 개발자들이 이를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오픈 소스 SW’라 한다. ‘오픈 소스 하드웨어(HW)’란 같은 방식을 HW, 즉 실물 제작에 적용한 것이다. 이 새롭고 거대한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적 인물이 앞서 소개한 마을의 리더인 마친 자쿠보우스키(39)다. 폴란드에서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프린스턴대 졸업 뒤 위스콘신대학원에서 핵융합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마치기 1년 전 그는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자신이 받은 교육은 별 쓸모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농사. 미주리주 시골의 농군이 됐다. 2011년 세계 최대 지식 콘퍼런스 TED에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오픈 소스 HW의 선구자가 됐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그는 가장 필요한 물건인 트랙터를 샀다. 한데 기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이 났다. 수리비 때문에 통장 잔고가 바닥날 지경이었다. 그는 “튼튼하고 조립 가능하며 값싸고 고성능에다 평생 쓸 수 있고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진부하지 않은 디자인의 트랙터”를 찾았으나 구할 수 없었다. 없으면 만들 수밖에 제작 과정에서 그는 꼭 대량생산이 아니어도 채산성을 갖출 수 있으며 오히려 개개인에게 맞는 성능과 디자인을 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기기의 3D 디자인과 설계도 제작 안내 동영상, 재료비 따위를 위키(WIKI)를 통해 공개해버렸다. 위키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인터넷 사용자들이 내용을 수정·편집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말한다. 반응은 뜨거웠다. 전 세계 네티즌들은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개선점을 찾고 새 아이디어까지 더해줬다. HW 분야에서 오픈 소스의 힘을 확인한 자쿠보우스키는‘오픈 소스 에콜로지(Open Source Ecology·OSE)’라는 비영리 재단을 설립한다. 목표는 하나, 농부·엔지니어·후원자가 손잡고 ‘지구촌 건설 세트(Global Village Construction Set·GVCS)를 만드는 것이다.
    ㆍ현대인에 필요한 50가지 기기 개발 목표
    GVCS란 인간이 현대적 생활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50가지 기기를 오픈 소스 HW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싼 제작비 한 부품을 여러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화 자가 제작 및 수리 가능 재생 및 재활용 용이 고성능 근사한 디자인 복제 가능 등이 바로 그것이다. OSE는 킥 스타터 같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와 ‘트루 팬(True Fans)’이라 불리는 후원자들의 기부를 통해 이런 목표에 한발 한발 다가 가고 있다. 이미 12가지 기기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 제품들은 OSE뿐 아니라 여타 오픈 소스 HW 방식 회사들을 통해 복제·개선돼 팔리고 있다. 시중에서 4만 달러 나 하는 트랙터의 경우 OSE 방식의 제작비는 6000달러에 불과하다. 종묘 기계로는 하루 100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고 벽돌 찍는 기계로는 하루 5000개의 흙 벽돌 제작이 가능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GVCS를 2012년을 빛낸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자쿠보우스키와 동료들은 미주리주 시골에 ‘팩터 e 팜(Factor e Farm)’이란 농장을 꾸리고 실제로 자급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GVCS 프로젝트를 이끈다.
    그는 TED에서 OSE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유형의 수단으로 사람들의 삶을 직접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건축업·제조업의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농촌 주민들에게도 잠재력 발휘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오픈 소스 HW를 통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아닌, 지역 기반의 독립적 경제단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부의 공정한 분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오픈 소스 경제야말로 선택 가능한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꼭 그 길뿐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픈 소스 운동이 SW를 넘어 HW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3D 프린터의 발달은 이 같은 트렌드를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의 혁신적 창업자와 사회운동가들이 그 흐름의 선두에 서길 기대한다.
    Sunday.Joins Vol 352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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