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기생충 이야기

<끝> 기생충과 전교조에 대한 무서운 편견

浮萍草 2013. 11. 29. 09:51
    "감기 걸려본 사람 있어요?” 고교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다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다수가 손을 든다. 재차 묻는다. “기생충 걸려 본 적 있는 사람?” 한 명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왜 기생충을 싫어하죠? 여러분을 아프게 만든 바이러스를 싫어하는 게 이치에 맞을 텐데.” 기생충이 못생겨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기생충을 직접 본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적인 사진들과 부모님에게서 전수받은 기생충에 대한 일화들이 그들이 아는 기생충의 전부이리라. "기생충은 그렇게 나쁜 애들이 아닙니다”라고 변명하는 것이 내 강의의 요지건만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편견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바이러스나 세균 대신 인간에게 그다지 해가 없는 기생충이 욕으로 쓰이는 현상이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나쁘다고 떠들어대면 그 본질이 아무리 착해봤자 나쁜 놈이 돼버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 말이다.
    1989년 일부 교사들이 전교조를 만든 목적은 어디까지나 참교육이었다.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자는 게 과연 나쁜 일일까? 촌지를 밝히고 자기감정에 따라 비교육적 체벌을 하는 선생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생각하면 전교조 창립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교사노조가 없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었는데도 군사정부는 교사가 노조를 만든다는 것에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였고 수많은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1999년 어렵사리 합법적인 노동조합 지위를 획득했지만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중단되지 않았다. 보수언론들은 하루가 다르게 전교조를 비난했고 우리나라에서 기생충보다 더 심한 욕이라고 평가받는 ‘빨갱이’로 매도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아무리 전교조 교사라 해도 국사선생은 국사를 가르치고 기술선생은 기술을 가르칠 텐데 보수언론은 전교조가 “학생들을 이념화하고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삼는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도 오래 들으면 진실로 느껴지게 마련 언론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보수언론의 목소리에 국민들은 점차 세뇌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교조가 왜 나쁜가요?”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으면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들의 목적은 공산혁명이잖아요.” 올 9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해직자 9명을 노조활동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노조원의 신분은 엄연히 노조 스스로 정해야 맞는데도 고용부는 한 달 후 전교조가 법외노조임을 선언하는 만행을 저질러 전 세계를 놀라게 한다. 상식보다는 정부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고용부의 행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런 정치적 폭거를 문제 삼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점 사장에게 폭언하는 것에는 들불처럼 들고 일어난 우리 국민들이 자기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된 말도 안 되는 폭력에는 왜 그렇게 무관심할까? 이번 사태는 언로를 장악한 세력들이 마음만 먹으면 개미도 코끼리로 만들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1년 남짓 헬스경향에 기생충 이야기를 연재해 왔다. 귀한 지면에 걸맞은 글을 써왔는지를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원고펑크를 내지 않고 성실하게 썼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 주시면 고맙겠다. 마지막 주제를 기생충과 전교조로 했으니 한 마디만 더 해본다. 기생충이 박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들고 나자 알레르기질환과 크론씨병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이 크게 늘었다. 하물며 기생충이 이럴진대 이러다 전교조가 없어지기라도 하면 우리 후손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 서민 교수의 ‘기생충 이야기’가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K - Health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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