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漢字 世上을 말하다

企業<기업>

浮萍草 2013. 10. 27. 11:15
    자 업(業)은 본래 널빤지를 뜻하는 상형자다. 여기에 종과 북 같은 악기를 걸어 보관했다. 책장으로도 쓰였다. 이후 일이란 뜻이 더해졌다. 학업·사업·가업·산업이 용례다. 『역경(易經)』에 보이는 성덕대업(盛德大業)은 ‘행동은 큰 덕을 이루고 일로는 훌륭한 업적을 쌓는다’는 뜻이다. 창업(創業)은 본디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였다. “군자가 나라를 세우고 왕통을 전하는 것은 이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君子創業垂統 爲可繼也).”『맹자(孟子)』양혜왕(梁惠王)장의 구절이다. 기(企)는 사람(人)과 발자국(止)으로 이뤄진 글자다. 발뒤꿈치를 들고 멀리 내다보는 모습이다. ‘발돋움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까치발로 멀리 내다보는 것은 무언가를 계획할 때다. 기획(企畵)의 의미가 예서 나왔다.
    이 두 글자를 합치면 경제의 주역인 기업(企業)이 된다. 까치발로 서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만든 enterprise의 번역어다. 1900년 출판된 사전에 처음 용례가 보인다. 까치발이 아닌 언덕에 올라 시장을 조작하는 경영은 반칙이다. “옛날 시장에서 교역하는 자들은 자기가 가진 물건을 없는 것과 바꾸고 관리는 분쟁을 조정하는 일만 했다. 어떤 천박한 자가 시장 옆의 높은 언덕[壟斷·농단]에 올라 좌우를 바라보고 시장의 이익을 독차지하니 모두 그자를 천하다 여겼다. 그의 행위에 세금을 부과했으니 상인에게 세금을 물린 것은 이 천한 사내로부터 시작됐다.” 『맹자』 공손추(公孫丑)장에 실린 고사다. 기업의 독점 이익을 의미하는 농단(壟斷)의 유래다. 그럼에도 기업의 본질은 이익 추구다. “돈을 벌려면 돈이 있는 곳으로 가고 큰 내를 건너듯 모험을 감행해야 이롭다(益 利有攸往 利涉大川)”라고『주역(周易)』의 익(益)괘는 가르친다. ‘ 남 따라 하기’로는 큰돈을 벌 수 없다는 말이다. 익괘는 “이익의 기운이 막바지에 이르러 막히면 공격적이 되고 내면으로 평상심을 잃어 결국은 흉한다”(莫益之 或擊之 立心勿恒 凶)로 끝맺는다. 수익이 사라지면 경영이 거칠어지고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다는 뜻이다. 웅진·STX·동양 등 큰 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기업가 정신의 고갈이 기업 부실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의 기본부터 곱씹어볼 필요가 있겠다.
    Sunday.Joins Vol 346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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