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스트레스 클리닉

인간관계 어렵다는 강박증 20대 남성과 소심한 여고생

浮萍草 2013. 8. 28. 09:51
    약점 드러내는 용기 길러 보세요, 아주 천천히

    Q 안녕하세요. 이십대 초반 남성입니다. 언제부터인지 강박증이 생겼습니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까봐 끝도 없는 스트레스에 빠지곤 합니다. 심지어 군대 간 친구가 휴가 나왔을 때도 반갑게 만나기는커녕 혹시 내 일상에 부담이 될까 걱정부터 앞섭니다. 쓸데없는 부담감으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는 걸 잘 알지만 고쳐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내 뜻대로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자꾸 듭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 사귀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성격을 고쳐볼까 하고 올 초부터 일기를 쓰고 있는데 지금은 하루라도 일기를 쓰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강박이 생겼습니다. 가족들조차 이런 저를 보고 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저는 남 앞에서 말도 잘 못할 정도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입니다. 특히 선생님과 마주하면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떨려 말이 잘 안 나옵니다. 또 조금이라도 꾸중을 들으면 바로 울음이 나와버려 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저를 다른 사람이 안 좋게 볼까 혹은 싫어하게 될까 더 눈치를 보게 되고요. 저도 남 앞에서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 이런 성격으로 살게 될 것 같아 정말 싫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A 부모라면 “너는 생각이 있니, 없니”라고 자녀를 야단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아이들 행동을 보면 도대체 아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공부해라 타일러도 PC방 가서 오락하기 바쁘고, 삶의 경험이 녹아 있는 좋은 조언을 해줘도 시큰둥합니다. 정말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아이들은 생각이 많습니다. 표현을 잘 하지 못할 뿐 철학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연 주신 두 분 모두 관계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느끼는 속상한 일 대부분이 관계의 문제입니다. 직장 일이 힘들어 사직을 생각한다고 할 때 실제로 업무가 문제인 경우는 적습니다. 관계의 문제에서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평생 다른 사람에게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그 모습이 아름답고 멋져 보여야 나를 스스로 근사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상대방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이 어색하고 암울하면 거꾸로 불안감을 느낍니다. 누구는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에 집착하는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고 또 다른 누구는 괴로움을 주는 관계에서 아예 도망쳐버리는 회피 반응을 보입니다. 강박과 회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 갖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거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적인 습관을 만들어 철저히 지킵니다. 약간의 효과는 있지만 이렇게 너무 방어만 하다 보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외로운 존재가 되는 거죠. 사람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내가 보낸 사랑이란 에너지가 상대방에게 흡수된 후 더 따뜻한 형태로 반사돼 돌아올 때 비로소 나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가슴을 펴라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마음을 열었다 상처받거나 내 삶이 엉망이 돼버린 경험 때문입니다. 준비가 안 돼 있는데 마구 여는 건 무모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관계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마음이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인격체입니다. 마음이란 친구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용기는 객기와는 다릅니다. 내가 약하다는 걸 인정하고 남에게 그 약점을 보일 수 있는 용기를 말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필요합니다. 마음이 용기를 갖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도움을 달라고 찾아온 환자 가운데서도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가족이 이런 모습을 보며 답답한 나머지 자꾸 재촉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재촉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계속 전달하는 게 용기를 갖고 세상을 항해 나아가도록 돕는 겁니다. 두 분 모두 사연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하고 싶은 동기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동기는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정말 자신을 고치고 싶다면 우선 긴 일기는 쓰지 마세요. 일주일에 한 번, 세 줄이면 족합니다. 자기 비판이나 새로운 계획은 적지 마시고요. 그저 나에게 있었던 일 중 행복했던 일을 세 가지만 적으세요. 이 소박한 행복 일기는 긍정적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에 스며들도록 돕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마세요. 사람은 항상 상반된 두 마음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양가감정이라고 합니다. 완벽한 선택을 하겠다고 고민하면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친구를 만나든, 그 시간을 아껴 공부를 하든, 둘 다 의미 있는 일입니다. 만약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면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도 있겠네요. 선생님은 권위의 상징입니다. 어려운 관계입니다. 선생님이 어렵지 않다면 그 학생이 비정상입니다. 먼저 가까운 친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훈련을 하세요. 내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상대방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한다는 건 그만큼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큰 겁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습니다. 큰 무리 없이 인간관계를 맺고, ‘레알’ 친구 한두 명만 있어도 세상을 따뜻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서 내 마음을 열었는데 상대가 받아주지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바이’ 하고는 새 친구를 찾으면 됩니다. 나만 겪는 것 같은 이런 관계의 고통과 갈등은 사실 누구나 겪는 겁니다. 역사와 문학의 주된 콘텐트이죠. 그렇기 때문에 고전을 읽으면 내 감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감성은 논리적 언어체계가 아닐뿐더러 이성의 통제도 받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해받지 못하기에 우리 감성은 강박과 회피 반응을 일으켜 숨으려고 하는 겁니다. 삶의 통증을 느낀다는 건 성숙해 간다는 신호입니다. 도망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그래야 삶을 진지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Joongang Joins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