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기생충 이야기

“괴물·추추 트레인, 말라리아도 부탁해”

浮萍草 2013. 8. 15. 00:00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
    프리카에서 해마다 백만 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 말라리아는 모기물림으로 전파된다. 아프리카에 잠깐 들른 여행객들은 예방약을 먹어 말라리아를 피해갈 수 있지만 허구한 날 예방약을 먹을 수 없는 현지인들에게 말라리아는 공포의 병일 수밖에 없다. 예방약을 복용했지만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우리나라 국악단원의 예에서 보듯 말라리아 중엔 약제에 저항성을 갖는 놈들이 있다. 그래서 기생충학 교과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하지만 모기가 있으면 물리지 않는 게 쉽지 않다. 한두 마리만 있어도 밤새 물어뜯기는 일이 다반사인데 수십 마리의 모기가 호시탐탐 혈액을 노리는 와중에 어떻게 안 물릴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모기장이 중요해진다. 모기장에서 자면 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보다야 백배 낫다. 문제는 아프리카에서 모기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좀 사는 나라들에선 아프리카에 모기장 보내기 운동을 상시적으로 펼친다. 세계보건기구가 권하는 모기장은 모기가 닿으면 바로 모기가 죽는 특수처리가 된 모기장으로 모기장 하나만 있으면 5인 가족이 5년간 말라리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 바스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그런 운동을 벌이는 단체가 있긴 하지만 모기장 보내기 운동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은 백만이 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죽어간다는 것도 잘 모르고 있는데 기이하다고 한 까닭은 사람이 죽는 악성 말라리아는 아닐지 라도 국내에서도 천명이 넘는 환자가 매년 말라리아에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농구리그(NBA)에 소속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라는 팀에는 스테판 커리라는 선수가 있다. 3점 슛을 기가 막히게 잘 쏘는 이 선수 덕분에 워리어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커리의 가치는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현재 유엔과 함께 ‘Nothing But Net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3점 슛 한 개를 성공시킬 때마다 모기장을 만들 그물을 기증하겠다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올 시즌 그는 다른 시즌보다 훨씬 더 많은 3점 슛을 성공시켰다. 커리가 올 시즌 쏘아 올린 272개의 3점 슛은 NBA 최다 기록이라고 한다. 농구스타가 앞장서서 캠페인을 하면 일반인들에게도 파급효과가 있을 테니 미국의 모기장 운동이 우리보다 잘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윈도우 시리즈로 돈을 많이 번 빌 게이츠는 말라리아 백신개발에 수십 억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가 사라질 날도 올 수 있으리라. 선진국이 후진국과 다른 건 글로벌한 문제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말라리아가 없는 미국이 아프리카의 질병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이제 제법 살 만한 국가가 된 대한민국도 말라리아에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하면 못 사는 건 사실이고국내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이 있긴 하지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의 분배 측면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며 OECD에도 가입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를 도울 역량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글로벌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려면 국민들의 의식도 개선돼야 하지만 스테판 커리처럼 유명 스타들이 앞장서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이 삼진 하나를 잡을 때마다 혹은 추신수가 안타를 하나 때릴 때마다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보낸다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말라리아가 박멸되고 난 뒤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국은 한 게 뭐 있어?”라고 물었을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K-Health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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