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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유대교 제2경전 『탈무드

浮萍草 2013. 7. 14. 10:58
    묻고 또 묻고 … 모든 문제 다 담은 인생 백과사전
    바빌로니아 탈무드(솔로몬 벤 삼손이 만든 필사본, 프랑스 1342)
    국에는 불교·기독교 신자들이 많지만 집집마다 탈무드가 한 권쯤 있다. 이스라엘 사람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탈무드를 읽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인 예디오트 아하로트가 “한국인들은 왜 탈무드를 공부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2011년 5월 12일)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정작 탈무드의 종주국인 이스라엘에서는 탈무드가 위기에 빠졌다.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손꼽힌다. 학생들은 ‘따분하다’ ‘생활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같은 이유를 댄다. 미국에도 탈무드가 뭔지 모르는 유대인이 많다. 유대인의 가치관·세계관 수천 년간 축적된 지혜가 담겨 있는 탈무드가 유대인들에게 차츰 외면당하는 이유는 탈무드가 어렵고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읽는 탈무드는 쉽고 재미있는 어린이용 탈무드 이야기 탈무드, 탈무드 해설서다.
    ㆍ매일 한 장씩 공부하면 7년 반 만에 완독
    영문판 탈무드 선집(펭귄 클래식 2009)
    배움·가르침·연구라는 뜻의 탈무드는 히브리어로 된 미슈나(Mishnah) 히브리어와 같은 셈족언어인 아람어로 된 게마라(Gemara)로 구성됐다. 미슈나는 말로 내려오던 율법을 글로 적은 것이다. 기원전 1200년께 모세 시대에도 미슈나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략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200년까지 기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록·완성·전통을 뜻하는 게마라는 미슈나에 대한 랍비들의 주석과 해설이다. 탈무드는 두 종류가 있다. 팔레스타인 탈무드(350~500년)와 바빌로니아 탈무드(500~600년)다. 더 권위가 있는 바빌로니아 탈무드는 250만 단어, 6000페이지 분량이다. 팔레스타인 탈무드의 4배다. 1923년 시작된 ‘다프 요미(Daf Yomi)’라는 탈무드 학습법에 따르면 매일 한 장씩 공부하면 7년 반에 탈무드를 완독할 수 있다. 전 세계 유대인 인구는 1400만. 세계 인구의 0.2%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1901년부터 2012년까지 노벨상의 22%를 휩쓸었다. 탈무드가 성공 비결로 종종 지목된다. 그러나 얼핏 보면 탈무드는 체계가 없어 보인다.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여담에서 여담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과연 탈무드가 비결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면목이 드러난다. 탈무드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우선 탈무드는 법전이다. 유대인들의 ‘하느님의 법’을 담았다. 정통파와 보수파 유대교는 탈무드에 토라(모세5경) 못지않은 권위를 부여한다. 탈무드는 모세5경의 부록이자 유대교의 제2경전인 것이다. 랍비들이 저술한 탈무드는 후세의 랍비들을 가르치는 교과서이기도 하다. 탈무드는 유대 율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뜨거운 토론의 산물이다. 상충되는 내용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그대로 실었다. 탈무드에는 신(神)의 계시를 이성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는 전제가 바탕에 깔렸다. 탈무드는 진리라고 알려진 것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 유대인들의 대기록이다. 탈무드를 통해 종교적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론이 개발됐다. 종교를 과학으로 바꿔도 통했다. 탈무드에는 세속의 학문과 과학 방법론으로 끌어다 쓸 내용이 풍부했다. 탈무드에는 ‘심판의 날’에 누구나 응답해야 한다는 질문이 나온다. 몇 가지는 종교적·윤리적 내용이다. “정직하게 장사했는가” “성경 공부할 시간을 따로 두었는가” “가정을 꾸렸는가” “메시아의 구원을 믿었는가”와 같은 것들이다. 탈무드의 친(親)학문적·과학적 성격이 부각되는 것은 다음 두 질문이다. “지혜를 추구했는가.” “한 명제에서 또 다른 명제로 추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는가.” “기술 안 가르치는 건 산적질 가르치는 것” 탈무드에는 없는 게 없다. 법 철학 신학 윤리 예식 의학 과학 천문학 역사 위인 전기를 다뤘다. 꿈 해몽 마술 속담 전설 우화 민담도 나온다. 2011년 출간된 색인에 따르면 탈무드에는 6600개 주제와 2만7000개 하부 주제가 있다. 한마디로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인생 백과사전이다. 탈무드는 영어에도 영향을 남겼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면 모든 사람을 대할 때 그가 일단 옳다고 여겨라(Give every man the benefit of the doubt)” 같은 표현도 탈무드에서 나왔다. 그러나 탈무드는 유대교·기독교 갈등의 중심에 놓였다. 유럽의 국가와 교회는 수시로 탈무드를 거둬들인 후 불태웠다.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한술 더 뜨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은 탈무드가 신을 모독하는 악마의 책이라고 당국에 고발했다. 차츰 탈무드를 둘러싼 유대교·기독교 관계는 긍정적으로 정리됐다. 탈무드가 기독교의 진리를 입증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난해한 구약·신약 성경 구절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탈무드를 연구하는 기독교 학자·신학자들이 있다. 오늘날에도 탈무드를 증오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반유대 세력이 의도적으로 탈무드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이슬람권에서는 상당수 사람들이 탈무드가 시온의정서(1903)의 원형이라고 본다. 시온의정서는 반유대주의자들이 만든 위서(僞書)다. 그들은 시온의정서에 유대인의 세계 정복 계획이 담겼다고 주장한다.
    한·중·일 동양삼국에서 탈무드는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별로 없다. 힐렐의 황금률―“네게 싫은 것은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 그것이 성경의 전체요 나머지는 설명에 불과하다”―은 공자의 말(己所不欲勿施於人)과 일치한다.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국내의 탈무드 열풍은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다. 세상이 종교 없이도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에 탈무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있다. 세속화된 유대인들은 “기도에 대한 응답은 가슴을 손에 담았을 때에만 이뤄진다” “성령은 마음이 행복한 사람에게만 머문다” 같은 탈무드 격언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종교와 세속, 시대와 지리를 초월한 좋은 말도 많다. 다음 같은 말들이다. “적게 말하고 많이 행하라.” “노동을 사랑하고 남을 지배하는 것을 혐오하며 권력자들과 알고 지내려고 하지 말라.” “자식에게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자식에게 산적질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
    “누구든지 유대 율법을 매일 공부하는 사람은 앞으로 올 세상에서 한 자리가 보장된다.” 탈무드의 맨 끄트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에게 이 말의 함의는 무엇일까. 이 말에서 ‘유대 율법을’ 대목을 빼버리면 보편성이 확보되는 것일까.
    Shindonga Sunday.Joins Vol 331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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