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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채(蓴菜)화채

浮萍草 2013. 6. 20. 09:05
    리 조상들은 한여름철이면 물소리 요란한 계곡 정자에 앉아 시원한 화채를 마시며 더위를 잊었다. 순채(蓴菜)를 재료로 한 순채화채도 그중 하나였다. 순채는 청정한 연못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초다. 물위에 떠 있는 타원형의 순채 잎은 연꽃 잎을 연상시키는데 순채는 연꽃이나 수련보다 생육조건이 까다롭다. 순채 잎 중에서 화채에 건지로 넣는 것은 새싹이다. 도르르 말려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우무 같은 젤리로 싸여 있다. 무색·무취·무미로 만져 보면 부드럽고 미끈거린다. 순채는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식재료는 아니지만 고급 일식점에 가면 전채 요리로 가끔 상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순채화채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잎을 깨끗이 씻은 뒤 물기가 빠지도록 체에 밭쳐 놓는다. 그리고 물에 오미자를 넣고 12시간 정도 우려서 오미자물을 만든다. 단맛을 내기 위해선 설탕을 추가하면 된다. 이어 준비한 순채 잎에 청포 녹말가루를 묻혀 끓는물에 살짝 데친다. 녹말가루는 형태가 일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처럼 데쳐낸 순채 잎에 오미자물을 붓고 잣을 띄우면 화채가 완성된다. 새콤달콤하면서 향긋한 오미자물에 미끈거리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의 순채 잎이 어우러져 깔끔한 느낌을 준다. 순채 잎을 식용하게 된 것은 그 효능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1759∼1824)가 지었다는 규합총서에는 ‘연한 순채를 녹말가루를 묻혀 삶아 오미잣국에 띄워 먹는다’며‘맛이 좋고 열을 내리게 해 온갖 약의 독을 풀어 주고 비위를 열어 입맛을 돋우며…’라고 기록돼 있다. 또 동의보감에는 ‘숙취를 풀어 주고 모세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고 돼 있다. 이처럼 순채는 맛도 뛰어나고 영양가도 높은 식재료이지만 요즘은 국내에서 자생한 것은 거의 만나보기 힘들다. 일식당 등에서 상에 올리는 순채는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충북 제천시 의림지 수면에 순채가 많이 자생해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972년 수해로 둑이 붕괴되면서 거의 멸종됐다. 국내에서는 일부 지역의 1급수 저수지에서만 소규모로 자생해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돼 있다. 한편 제천시의‘약채락 바우본가’에 가면 비록 수입산이지만 순채해물찹쌀누룽지탕 의림지 순채비빔밥, 순채복분자차 등 다양한 순채요리를 맛볼 수 있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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