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관음성지를 찾아서

8 능가산 내소사

浮萍草 2013. 6. 26. 07:00
    파랑새로 화현한 관음보살의 손끝에서 
    천년 기품 담긴 명품으로 태어나다
     
    ▲ (左) 연꽃과 국화꽃을 조각한 대웅전 문살   ▲ (右) 변산 능선을 따라 유연하게 뻗은 처마가 아름다운 내소사 대웅전
    일주문부터 600여 m 이어진 전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지친 심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 같다.
    진작가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은?’이라고 물으면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한국의 8대 명승지인 변산반도 남쪽의 내소사가 그곳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 두고 찾은 내소사는 북적이고 있었다. 사찰 입구에 관광버스 수십 대가 서 있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유구한 사찰의 역사 못지않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600여 m 이어진 전나무 숲길 터널이다. 700여 그루의 높게 솟은 전나무가 만들어 주는 터널 길을 걸으면 특유의 맑은 향기에 도시에서 지친 심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아담한 천왕문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큰 연등과 찾는 이들을 반겨주는 메시지가 달려 있다. 천왕문을 나선다. 진정한 내소사의 아름다움이 하나 둘씩 느껴진다. 크지 않은 마당엔 수령이 1000년이 된 20m 높이의 느티나무가 중심을 잡고 있고 짜임새 있는 가람구성으로 답답하지 않은 느낌이다. 느티나무 뒤쪽에 봉래루 또한 내소사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봉래루 밑 계단을 겸손히 오르면 내소사 가람건축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대웅보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변산(邊山)의 바위능선을 따라 유연하게 뻗은 처마가 아름답다. 조선 인조11년(1633)에 건립된 대웅보전은 높게 쌓은 기단위에 정면 3칸, 측면 3칸인 단층 팔작지붕으로 돼 있다. 창건당시 화려했던 단청은 사라졌지만 본연의 나무색은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보물 제291호 내소사 대웅보전은 아미타여래와 우측에 대세지보살과 좌측에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철못을 쓰지 않고 나무만으로 지어진 대웅보전에는 호랑이가 화현한 대호선사(大虎禪師)가 도편수로 관세음보살이 파랑새로 화현해 내부의 단청과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웅전 단청은 미완으로 남아 있는데 이는 화공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동자승 때문이라고 한다. 화공은 단청을 시작하면서 100일 동안에는 절대 내부를 들여다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동자승은 그러나 화공과의 약속을 어기고 만다. 99일째가 되는 날 창구멍을 뚫고 대웅전을 들여다보니,파랑새가 붓을 들고 단청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새는 붓질을 멈추고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대웅보전의 문창살 또한 유명하다. 강화 정수사, 논산 쌍계사와 더불어 아름다운 문살로 손꼽힌다. 연꽃과 국화꽃을 조각해 화려한 문살은 신기하게도 대웅전 내부에서 보면 단정한 마름꼴 살 그림자만 비친다. 대웅보전에서 빠트리지 말아야 할 곳이 또 있다. 본존불 뒤에 조성된 백의관음보살상이다. 두 손을 모으고 올려다보면 따스한 미소를 답을 주는 듯하다. 내소사 뒤 봉우리는 관음봉(425.5m)으로 의상봉(508m)과 함께 변산을 이루고 있다. 능가산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관음봉을 뜻한다. 등산로를 따라 관음봉 아래 사거리에 오르면 내소사 전경이 펼쳐지고 조금 더 발품을 팔아 재백이 고개에 오르면 아름다운 변산과 시원하게 펼쳐지는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불교신문 Vol 2629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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