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축생전

26. 사자

浮萍草 2013. 11. 29. 07:00
    금빛 털 두르고 불법 수호하는 개 
    법주사 쌍사자석등
    “흡사 가정에서 기르는 금빛 털을 지닌 삽살개처럼 생겼다. 여러 짐승이 이를 보면 무서워 엎드리고 감히 쳐다보지도 못한다. 기가 질리기 때문이다.” 박지원(1737~1805)이 ‘열하일기’에서 표현한 사자의 위용이다. 옛 사람들도 사자를 무릇 짐승의 왕이라 일컬었다. 절대적인 힘과 위엄을 갖춘 동물로 생각한 게다. 사실 사자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울릉도와 사자’ 얘기가 ‘삼국사기’에 있어 삼국시대로 추정할 뿐이다. 원래 사자 명칭은 산예(猊)라고 한다. 사자 ‘산()’자에 사자 ‘예(猊)’자를 쓴다. 한자‘예(猊)’가 부처가 앉는 자리나 고승이 앉는 자리란 의미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불교국가 스리랑카 이름이 사자국(獅子國)인데‘사자’란 명칭이 예서 왔단다. 여하튼 사자는 불교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영물이다. 두려움이 없고 모든 동물을 능히 다스리는 용맹함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쇼카왕 석주 사자상으로 시작해 불교 건축물엔 사자상이 자주 등장한다. 탑이나 향로에 사자 조각이 많은 이유도 사자의 용맹함 때문이다. 사자는 부처님 광명을 상징하는 석등에 빠질 수 없다. 진리의 빛을 밝히는 석등을 수호신이 지키지 않으면 누가 호법신장이 될 것 인가. 속리산 법주사 쌍사자석등(국제 5호)이 유명한 까닭이다. 법주사 석등은 두 마리 사자가 석등을 받들고 서 있다. 빛을 소중히 모신다는 뜻일 터다. 법주사 석등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따로 있다. 사자 한 마리는 입을 벌려 ‘아’ 소리를 내고 나머지는 입 다물며 ‘훔’ 소리를 내고 있다.
    둘을 합치면 영원과 완성, 성취를 뜻하는 ‘옴’이 된다. 분황사 석전탑(국보 30호) 동서남북은 돌사자가 지킨다. 탑은 사리나 불교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그 자체가 불법이다. 수없는 번뇌와 망상인 사악한 무리에게 빈틈 하나 보이지 않겠단 의지가 결연할 수밖에 없다. 법주사 석등 외에도 다보탑 사자상,범어사 대웅전 돌계단 석사자(보물 434호),화엄사 4사자 삼층석탑(국보 35호),화암사지 쌍사자 석등(보물 389호),화엄사 원통전 사자탑(보물 300호),영암사지 쌍사자 석등(보물 353호) 등 사찰 곳곳에 사자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흔히 선지식들이 설하는 법을 사자후(獅子吼)라고 칭한다. 사자후는 부처님 목소리다. ‘유마경’엔 “석가모니 설법 위엄은 마치 사자가 부르짖는 것과 같다”고 했다. 부처님 설법을 비유하는 말인데 짐승들이 사자 울부짖음 앞에서는 꼼짝 못하듯 부처님 설법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표현이다. 사자의 일갈에 온 동물들이 벌벌 떨며 굴복하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그만큼 부처님이 설파한 진리의 힘을 강조했다. 부처님은 사람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를 뜻하는 인중사자(人中獅子)라고 비유되기도 한다. 불자들에게 사자는 지혜의 상징 문수보살을 모시는 상징물로 더 친근하다. 사찰 어느 곳에서든 사자 위에 앉거나 사자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는 문수보살을 볼 수 있다. 이 때 사자는 보살을 모시는 동시에 악귀를 물리치는 용감한 수호신이다. 때문에 ‘불도(佛道)의 개’로도 심심찮게 불린다. 황해 북도 봉산군에서 전해졌던 봉산탈춤도 문수보살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5번째 마당에서 나오는 사자가 부처님 명을 받고 등장해 노스님을 타락시킨 스님을 혼내준단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불교 위세가 위축되면서 봉산탈춤 사자가 불법 수호가 아니라 타락 응징으로 상징이 바뀌었다
    법보신문 Vol 1140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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