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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재활용한다고? 괜찮을까

浮萍草 2013. 3. 5. 15:37
    제약업계, 실패작 3만여 개 갖고 있어
    금도 여전히 심각한 질환이지만 1980년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1981년 미국 로스앤젤러스와 샌프란시스코 일대 남성 동성애자들에게서 발생했다. 
    급격한 면역저하를 보이다 사망에 이르는 괴질을 에이즈라고 불렀는데 1983년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발병 원인을 알 수 없어 대중들은 그저 두려움에 떠는 수 밖에 없었다.
    이름도 섬뜩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수년 동안 잠복해 있다가 인체의 면역계를 무너뜨리는 순간 급격히 증식해 환자는 
    온 몸이 새까만 곰팡이로 덮인 채 죽음을 맞는 것이다. 
    특히 1985년 전설적인 영화배우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20세기 흑사병’때문에 당황한 미국 정부는 에이즈 치료약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수천 가지 화합물을 조사하다가 간신히
    효과적인 약물을 찾아 1986년 서둘러 시판을 승인했다. 
    최초의 에이즈 치료약 AZT(azidothymidine)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 뒤 몇 가지 약물이 더 개발됐고 이들을 섞어 복용하는 ‘칵테일 요법’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이제 에이즈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관리 대상인 만성질환처럼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 AZT를 합성한 제롬 호르비츠 교수가 지난해 93세로 타계했다. 웨인주립대 제공

    지난해 9월 6일 AZT를 합성한 미국의 화학자 제롬 호르비츠(Jerome Horwitz) 박사가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뉴욕타임스는 9월 20일자 부고기사에서“호르비츠 박사가 개발한 약물 3종,AZT와 디다노신(didanosine),스타부딘(stavudine)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미국 매사추세츠병원의 에이즈 연구자인 나탈리아 홀츠의 말을 인용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호르비츠 박사가 AZT를 합성한 건 1964년의 일이다. 에이즈라는 병명이 나오기도 한참 전인 이 시기에 그는 도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어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게 됐을까. ㆍ암세포의 DNA 복제 방해 약물로 설계
    1919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호르비츠는 1948년 미시건대학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처음에는 일리노이 공대에서 로켓연료를 연구하다 1950년대 중반 미시건 암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암연구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화학자였기에 떠올릴 수 있었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항암제 분자를 설계했다. 암조직에서는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에 착안해 DNA복제를 방해하는 분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1964년 호르비츠는 DNA염기 4가지 가운데 하나인 티민(T)과 구조가 비슷한 분자 인 AZT를 만들었다. 암세포의 효소는 이를 티민으로 착각해 재료로 쓸 것이고 DNA복제는 결국 엉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암세포는 속지 않았고 결국 AZT는 실험실 선반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20여년을 방치돼 있었다.
    AZT의 분자구조. 바이러스의 효소는 이 분자를
    DNA 염기 가운데 하나인 티민으로 착각해 쓰다가
    증식에 실패한다. 이 약물은 1964년 항암제로 개발
    됐으나 기대했던 약효가 나오지 않아 방치돼 있다가
    1986년에야 에이즈 치료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80년대 중반 에이즈 치료약을 찾아 헤매던 제약회사 버로스웰컴(1995년 합병돼 글락소웰컴이 됐고 2000년 또 한 번의 합병으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SK)이 됐다)은 AZT를 테스트해보기로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에이즈바이러스는 RNA게놈을 갖고 있는데 생활사가 좀 복잡하다. 즉 숙주세포에 감염한 뒤 RNA게놈을 바탕으로 DNA가닥을 합성한 뒤 이 DNA가닥이 세포핵 안으로 이동해 숙주게놈에 끼어들어간다. 그런데 RNA에서 DNA를 합성하는 바이러스 효소는 AZT에 속아 넘어간 것. 실패한 항암제에서 20세기 흑사병에서 인류를 구한 항바이러스제로 AZT의 운명이 극적으로 바뀌면서 호르비츠 박사도 무명의 화학자에서 ‘이주의 인물’ 이 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그렇지만 호르비츠는 AZT에 대한 권리를 전혀 갖지 못했고 버로스웰컴이 감사의 표시로 연구소에 ‘불과’ 10만 달러(약 1억 원)만 내놓아 한동안 분을 삼키지 못했다는 후문이 있다. ㆍ약물 재활용 연구 붐
    그런데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처럼'제2의 AZT'를 찾는 연구가 정부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립과학원회보’ 2월 12일자 기사에 따르면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는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약물의 재활용 가능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트르라제네카가 내놓은 실패작 20종에 대해 재활용 아이디어를 공모해 이 가운데 15개 팀을 선정해 지원하기로 한 것. 예를 들어 이 회사가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했던 지보텐탄(zibotentan)이란 화합물은 임상 결과 실망스럽게도 별 효과가 없었는데 영국 브리스톨대 신경 병리학자인 세스 러브 교수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고 동물 실험을 한 결과 정말 효과가 있었다.
    즉 이 약물은 혈관을 좁게 하는데 관여하는 수용체를 차단하는데 따라서 알츠하이버병 환자가 복용하면 혈관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추측했다. 러브 교수팀을 포함한 15개 팀에는 3년간 총 120억 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미국 국립 병진과학진흥센터(NCATS)는 제약회사 8곳에서 잠자고 있는 약물 58종을 의뢰받아 새로운 용도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 하고 있다. 제안서를 받아 올해 6~8개 팀을 선정할 예정인데 예산은 약 210억 원이다.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 약물 재활용을 지원하는 이유는 맨땅에서 출발하는 신약개발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들기 때문이다. 신약 하나가 나오려면 대략 15년이 걸리고 1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제약사들이 이미 안전성 임상을 마친 약물은 새로운 용도만 찾기만 하면 신약으로 출시되는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이런 실패작 약물을 3만 여 가지나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물 재활용에 기대를 거는 또 하나의 분야는 희귀질환이다. 환자는 고통스럽지만 치료제를 개발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예를 들어 지난해 조로증(progeria)은 신생아 400만 명 가운데 한명이 걸리는 희귀질환으로 전세계 환자가 200여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립과학원회보’ 10월 9일자에는 로나파닙(lonafarnib)이라는 약물이 조로증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희귀질환인 조로증에 걸린 어린이와 이들의 비정상적인 세포 모양(오른쪽 아래). 지난해 실패한 항암제 로나파닙이 조로증 진행
    을 늦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PLoS biology 제공

    노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평균 13세에 사망하는 이 병의 원인이 밝혀진 건 2003년으로 LMNA라는 유전자의 염기 하나가 바뀌면서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진 결과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들은 제약회사 머크가 과거 항암제로 개발했다가 별 효과가 없어서 포기한 약물인 로나파닙의 작동 메커니즘이 조로증을 유발하는 비정상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임상을 시작했다. 2007년 당시 공식 등록 환자의 75%인 25명에 대해 2년에 걸쳐 투약한 결과 심혈관계와 근골격계의 노화를 늦춘다는 사실이 확인 됐다. 물론 실패한 약물만 재활용되는 건 아니다. ‘네이처 의학’ 2월 10일자 온라인판에는 천식과 알레르기비염 치료제인 암렉사녹스(amlexanox)가 비만과 관련된 대사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미시건대 앨런 살티엘 교수팀은 이 약물의 항염증 메커니즘을 규명한 결과 같은 경로가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비만이 되면 간과 지방조직이 정도는 약하지만 만성인 염증 상태가 되게 하고 그 결과 세포가 호르몬의 조절작용을 잘 따르지 않게 돼 증상이 악화된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암렉사녹스는 오래 사용된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라며“비만과 당뇨 치료제로 재활용될 좋은 기회”라고 언급 했다. 수많은 사람들 노력과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약물이 10%도 안되는 확률의 안전성 시험까지 통과한 뒤에도 최종 임상에서 약효가 기대에 못 미쳐 탈락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많은 질병의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아까운 탈락자들 가운데서‘흙속의 진주’를 발견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득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적재적소를 찾지 못해 인정받지 못하고 묻히는 건 사물이나 사람 모두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알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시 가운데 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 김춘수의 ‘꽃’
    글·사진 : 월간외식경영 https://www.foodzi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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