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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no show)'는 '노 매너(no manner)'다

浮萍草 2013. 3. 9. 07:00
    고급 식당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 손님들 최근 급격히 늘어나
    재료·인원 준비해야 하는 식당들… 식사비 일부를 미리 받는 곳도
    아직도 기본 에티켓 체득 못한 어설픈 미식가들이 양산된 결과
    울 신라호텔의 경우 식당 예약을 하면 휴대전화로 예약 확인 문자메시지가 바로 들어온다. 
    저녁 식사하기로 한 날 오후 3시가 되면 예약한 손님에게 확인 전화를 건다. 
    프런트 데스크를 담당하는 직원은 예약을 확인하고, 변동사항은 없는지 묻는다. 
    이곳뿐 아니라 서울의 거의 모든 특급호텔은 물론이고, 예약이 필요한 시중 고급 레스토랑들은 대개 미리 확인 전화를 한다. '
    노쇼(no show)'가 최근 들어 심해졌기 때문이다. 
    노쇼란 예약한 손님이 미리 취소하거나 통보하지 않고서 식사하러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노쇼는 미식(美食)이 유행하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레스토랑가이드'블루리본'김은조 편집장은"소위'뜬다'는 식당들은 예약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이 몰리는데,이런 인기높은 
    식당 여러 곳을 동시에 예약해놨다가 식사 당일 가장 가고 싶은 곳만 제외하고 나머지 레스토랑 예약을 취소하거나 아예 취소통보도 
    하지 않는 미식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예약이라는 기본 에티켓은 체득하지 못한 어설픈 미식가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소리다. 
    김 편집장은 "크리스마스 이브나 밸런타인데이 등 대목에도 노쇼가 많다"고 덧붙였다.
    예약했다가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지 못하게 됐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식당 입장에서는 손해가 크다. 
    음식점에서는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식재료를 정확히 구매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의류매장이야 팔리지 않은 옷은 반품하거나 찾는 손님이 나타날 때까지 창고에 쌓아둘 수 있다. 
    하지만 식재료는 선도(鮮度)가 최우선이라 그날 팔리지 않으면 버려야 하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냉동시켜 둘 수 있는 음식이라도 보관 가능한 시간적 한계, 즉 보존기한이 있다. 
    그래서 식자재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식자재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예약이다. 그날 예약된 손님 숫자에 따라서 식재료를 구매한다. 식재료뿐 아니라 필요한 종업원 숫자 등 모든 것을 예약에 따라 준비한다. 그런데 예약한 손님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심지어 아무 말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최악이다. 테이블이 적고 한정된 숫자의 손님만 받는 고급 음식점일수록 손해가 크다. 그래서 노쇼가 많은 한국의 레스토랑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예약 확인이 필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노쇼에 지친 식당들은 예약 확인을 넘어 더욱 적극적인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서 지난달 말까지 영업하다 이달 말 강남구 신사동으로 이전하는 일본 음식점 '이타찌'는 예약하려면 2만원을 식당 은행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입금이 확인되면 비로소 예약이 완료된다. 이타찌는 가이세키 요리코스만을 1인당 7만원에 내던 식당이다. 그러니까 식사 가격의 약 30%를 미리 지급하지 않으면 예약이 불가능했다는 소리다. 이를 업계 용어로는 '개런티(guarantee)'라고 한다. 개런티에 대해서 항의하는 손님들이 많다. "우리 정서상 너무 야박하다" "기본적으로 식당이란 서비스업인데 오만한 태도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타찌 오너셰프(주인 겸 주방장) 김건씨의 입장은 확고하다. "우리 식당은 좌석이 8개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이 너무 많습니다. 저녁에만 영업했으니 일주일에 손님 48분만 받을 수 있었는데, 많을 때는 절반 가까운 20명이 아무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노쇼는 식당 입장에서도 손실이 크지만, 우리 음식을 맛보고 싶었던 다른 손님들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런티를 고집했습니다." 개런티를 시도한 식당은 이타찌가 처음은 아니다. 청담동 프랑스레스토랑 '팔레 드 고몽'이 몇 해 개런티 제도를 실시했다가 지금은 특정한 날에만 하고 있다. 팔레 드 고몽 서현민 사장은 "프랑스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개런티 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상당수"라면서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한국 손님들의 항의가 심해서 크리스마스 이브 등 특별한 날에 예약금액의 30%를 받는 것 말고 평일에는 개런티를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런티 제도가 한국에선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타찌 김건 사장도 "이달 말 신사동 새 매장으로 이전하면 50석으로 받을 수 있는 손님이 대폭 늘어난다"면서 "새 식당에서는 개런티를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항의나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그런 자구책이 필요하지 않아서 개런티를 받지 않는 식당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윤 조선일보 대중문화무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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