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케치 여행

전등사 단풍나무

浮萍草 2012. 11. 24. 06:00
    가을, 안녕히… 단풍들이 살랑살랑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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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매화를 찾아 스케치여행을 다녔던 것이 엊그제 같다. .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단풍나무가 있다는 강화도를 찾았다.
    ㆍ아직은 푸른 단풍나무
    강화도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몸살’을 앓아 온 섬이다. 고려와 조선의 왕이 피란했고, 구한말 개항 때도 이양선들이 강화도 앞바다에서 우리나라의 문을 두드렸다. 따라서 예로부터 많은 방어 시설이 설치됐다. 섬 남쪽 정족산에는 병인양요 때 그 역할을 톡톡히 한 정족산성이 있다. 이곳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 때문에 삼랑성(三郞城)으로도 불린다. 정족산성에는 전등사(傳燈寺)가 있다. 고구려 승려인 아도화상(阿道和尙)이 381년(소수림왕 11년)에 세운 ‘진종사(眞宗寺)’가 그 기원이다. 후에 고려 충렬왕의 비(妃)인 정화궁주가 절에 옥등(玉燈)을 시주하면서 이름이 전등사로 바뀌었다. 전등이란 ‘불법의 등불을 전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단풍나무는 경내 마당 한편에 웅장하게 서 있었다. 어찌나 거대한지 마치 단풍잎을 뒤집어쓴 느티나무 같았다. 알고 보니 이 나무는 두 그루가 뿌리부터 합쳐져 함께 자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커다랗고 멋진 단풍나무로만 보일 따름이었다. 가을의 단풍나무 하면 역시 붉게 물든 강렬한 빛깔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전등사 단풍나무의 빛깔은 푸르기만 했다. 단풍이 드는 시기는 지역이나 나무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동네 나무만 보고 타 지역 단풍의 절정을 예상하면 안 된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전등사 단풍나무의 절정은 아직 한참 남은 듯 보였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전등사에는 다른 볼거리가 많아 서운할 겨를이 없었다.
    ㆍ대웅전의 벌거벗은 여인
    단풍나무 뒤로 전면과 측면 각 3칸의 아담한 대웅전(보물 178호)이 보였다. 조선 중기에 만들어졌는데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물이다. 대웅전에 가까이 가면 네 귀퉁이에서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상, 즉 나부상(裸婦像)이 보인다. 신성한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일까? 혹자는 석가모니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원숭이 조각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전설을 알고 나면 지붕 밑 여인의 존재는 더욱 그럴싸해진다. 옛날 대웅전 공사를 맡은 목수가 근처 주막의 주모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는 갖고 있던 돈과 물건을 모두 주모에게 맡겼는데, 공사가 끝날 무렵 주모가 모든 것을 챙겨 도망쳐 버렸다.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힌 목수는 대웅전을 완성하면서 주모의 모습을 깎아 추녀 밑에 넣었다. 지붕을 떠받치면서 평생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며 죄를 뉘우치라는 뜻이었다. 천계를 어지럽힌 죄로 천공(天空)을 짊어진 아틀라스(그리스 신화 속의 거인)보다 더욱 현실적인 벌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전설 속 한 여인네의 모습이었다. 대웅전을 둘러보고 돌아와 나무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았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나무를 올려다본다. ‘초록빛이면 어때. 이렇게 아름다운걸.’ 마냥 기분이 좋다. 살랑이는 바람에 손처럼 생긴 수천의 단풍잎들이 손을 흔든다. 계절에 대한 작별 인사일까? 지붕을 짊어진 나부상도 말없이 나무의 인사를 바라본다. 아마도 지붕을 이고 있는 그녀에게는 인사를 건넬 여유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나부상의 얼굴은 고통스럽다기보다 웃고 있는 것 같다. 혹시 목수는 그녀를 잊지 못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부처님의 복을 듬뿍 받으라고 법당 근처에 그녀의 상을 넷씩이나 남긴 건 아닐까. 상큼한 가을의 한복판, 전등사에 있는 모든 만물이 즐겁고 낭만적으로 보이던 행복한 오후였다.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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