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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본 서대문

浮萍草 2012. 11. 11. 00:00
    정동 사거리에 우뚝 섰던 널 그리며
    울지도를 보면 드는 의문 중 하나. 
    왜 동대문은 동대문구에 없고, 서대문구에는 서대문이 없는 걸까?
    동대문은 현재 종로구에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행정구역의 변천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명의 상징성과 현실의 차이는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면 서대문은 어디에 있을까. 
    서대문은 위치 문제를 넘어 존재 자체를 거론해야 할 형편이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깨끗이 철거돼 흔적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대문(돈의문)은 현재 새문안길(신문로)로 불리는 큰 도로에 있었다. 
    이곳은 한양의 중심 도로인 종로로 이어지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돈의문은 서울 성곽의 4대문 가운데 하나로, 서대문(西大門), 새문, 신문(新門)이라고도 했다. 
    1396년(태조 5년) 한양 도성(都城)의 제2차 공사가 끝나고 8문이 완성되던 때 처음 세워졌다. 
    1413년(태종 13년) 폐쇄됐고, 조정은 그 대신 그 북쪽에 서전문(西箭門)을 새로 지어 사람들이 출입케 했다. 
    그러다 1422년(세종 4년) 다시 서전문을 헐고 돈의문을 수리했다. 
    그 뒤 헐어진 것을 보수해 1711년(숙종 37년)에 다시 지었으나,1915년 일제의 도시계획에 따른 도로확장 공사로 철거되고 말았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600년 서울의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서대문 주변에도 여러 유서 깊은 곳이 있다. 
    서대문 바로 밖에는 조선 초기의 충신인 김종서가 살던 집이 있었다. 
    김종서의 옛 집터가 종로구 재동 백송 근처에 있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조선 순조 때 나온 한경의략(漢京議略)에는 “돈의문 밖 고마청(雇馬廳·입성하기 전 말을 갈아타던 곳)에서 김종서 장군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에도 농협중앙회 본사에 김종서 집터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입구 한편에는 예로부터 ‘학자수(學者樹·학자의 나무)’라 부르며 선비를 상징하던 오래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평범한 곳은 아니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김종서는 세종 때 6진을 개척해 지금의 두만강 국경을 만든 장군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사실 문과에 합격한 문신이었다. 
    문종 때에는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의 편찬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종서는 문종 승하 후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된 단종의 보필을 맡았다. 
    왕위를 노리고 있던 수양대군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었다. 
    수양대군은 1453년 10월의 어느 늦은 밤 심복들을 데리고 직접 김종서의 집을 찾아갔다. 
    수양은 자신이 건네준 편지를 김종서가 달빛에 비춰 보는 사이 사람을 시켜 뒤에서 철퇴로 내리쳤다. 
    김종서는 바로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곧 목숨을 잃었다.
    김종서의 옛 집터임을 알리는 새문안길 보도 표지석 근처에 서서 한동안 서대문이 있었을 정동 사거리를 바라봤다. 
    성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현실의 장소에 역사의 시간을 얹어 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 밤 서대문 인근에서 미래의 임금을 꿈꾸며 길을 걸었을 수양대군을 떠올려 봤다. 
    하지만 그 가을밤의 한기와 역사의 쓰라림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기에는 주변 풍경이 너무나 크게 변해 있었다.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결국 스케치북을 꺼냈다. 
    현재와 500년 전의 과거를 겹쳐 그려 봤다. 
    현실의 공간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수양대군이 다가온다. 
    문득 달 밝은 밤, 파르르 바람에 떠는 회화나무 가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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