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종교

'예수 아내' 논쟁

浮萍草 2012. 9. 22. 12:23
    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이 끊어지기 직전 마지막 절규를 토해낸다. 
    이 극적인 순간을 마태와 마가복음은"나의 하나님,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로, 
    누가복음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로,또 요한복음은 "다 이루었다"로 
    각기 다르게 전한다. 
    예수의 할아버지 이전 가계도도 복음서마다 다르다. 
    또 마태는 출생 직후 아기예수가 이집트로 피한 것으로 전하는데 반해,누가는 생후 
    8일만에 할례를 받고 예루살렘 성전에 간 것으로 기록한다.
    
    ■ 당연한 불일치다. 
    예수를 직접 보지 못한 저자들이 스승과 목격자들의 전언,기록들을 근거로 예수 
    사후 40~120년 뒤에 쓴 책들이다.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을 전하려는 목적은 같되,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언(傳言)
    들의 불가피한 변형에다 저자의 관점이 조금씩 다르게 개입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상이함 정도로 보면 된다. 
    불경과 논어가 석가모니와 공자의 완벽한 복원이 아니고,플라톤의 <대화편>이 
    소크라테스 언어의 틀림없는 재현이 될 수 없듯.
    
    ■ 최근 예수가 아내를 언급했다는 파피루스 문서 발견으로 연일 세계적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교황청이 출처에 대한 불신과 함께 "기독교의 전통과 교리에 하등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문서 자체의 조작 주장 등 격앙된 반응들이 많지만 설사 진본으로 확인된다 해도 기독교계가 크게 걱정할 건 없다. 
    예수 사후 단 한두 세대만의 복음서들 사이에도 모순이 숱한데, 400년 뒤에 씌어진 출처불명 글자 몇 개의 신뢰성이야.
    
    ■ 다만, <다빈치 코드>를 비롯해 이런 논란 때마다 늘 불편한 건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식의 근본주의다. 
    성경의 모순에 대해 반기독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조롱을 받는 것도 글자 하나하나의 '절대 무오류' 주장 때문이다.
     하지만 신의 계시에는 오류가 없으되, 계시를 전하는 방식은 융통성 있게 열어둔 것 아닐까? 
    성경 기술의 다양함처럼 인간적 예수도 한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논란을 보며 감히 이런저런 불경(不敬)한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이준희 한국일보 논설실장 junlee@hk.co.kr
    Hanko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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