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종교

독일 베네딕트회 聖 오틸리엔 수도원

浮萍草 2012. 3. 13. 22:06
 
휴식시간 대화도 금기…‘귀’ 열어 ‘길’ 찾는 침묵을 배우다
영화 ‘위대한 침묵’은 대사가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침묵이 가득한 작품이다. 프랑스 그르노블의 카르투지오 수도원 수도자들의 모습을 담은 이 지루한 작품은 뜻밖에도 국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자들의 침묵과 청빈의 삶이 21세기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게 종교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수도원들을 탐방 하는 성지순례 코스에 동행했다. 가톨릭(천주교) 2000년 역사의 가장 아름다운 전통인 수도원과 성지를 찾아 신앙과 영성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한국 가톨릭이 언론과 처음으로 함께하는 이번 유럽 성지순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세속화를 성찰하고, 거친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침묵과 청빈의 가치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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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도시 뮌헨(munchen)의 어원이 ‘수도승(monk)들의 마을’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중세 때 베네딕트(한국에서는 ‘베네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수도회의 수사
(修士)들이 이곳에 모여 살자, 그 가르침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도시가 생겨났다. 
한국 순례단은 15일(현지시간) 뮌헨 도심에 있는 성모(주교좌) 성당 등 4개
의 오래된 성당을 방문, 고풍스러운 건물의 아름다움과 함께 종교개혁의 
열풍에도 가톨릭 신앙을 유지한 남부 독일의 교회사를 되돌아봤다. 
일행은 이날 오후 뮌헨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의 성(聖) 오틸리엔 수도원을 
찾았다. 
단아하고 품격있는 건물들이 고즈넉한 숲의 풍경과 함께 수도원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1884년 창립된 오틸리엔 수도원은 유럽 수도회의 주류를 이루는 베네딕트회 
소속이다.
 베네딕트회는 혼자서 수도하던 수도자들이 일정한 장소에 정주(定住)하며 
공동체 생활을 통해 기도하는 전통을 만든 수도회다. 
고전적 의미의 ‘수도(修道)’에 전념한다는 의미에서 수도자를 ‘수도승
(Monachs)’이라고 부른다. 
오틸리엔 수도원은 안으로는 철저한 침묵 속에 ‘일하며 기도하는’ 베네딕트회의 규칙을 지키며 밖으로는 해외 선교 사업을 활발히 펼쳐 
온 것이 특징이다. 
20세기에 한반도의 남쪽(경북 칠곡군 왜관수도원)과 북쪽(함경도 덕원수도원, 6·25전쟁 때 서울로 이전)에 각각 수도승을 파견한 인연이 
있는 이 수도원은 성당 제대 아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안치하고 작은 동상을 세울 정도로 한국 가톨릭과의 교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오틸리엔 수도원 박물관에는 6·25전쟁 때 한반도에서 순교한 수사들의 사진을 모시고 있다. 왼쪽은 한국 순례단을 안내한 마우루스 수사.
순례단 안내를 맡은 마우루스 블로머 수사는 “수도원 박물관에 한국관이 따로 있다”며 일행을 이끌었다. 수도원 선교사들이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가져온 그 지역 특산물로 이뤄진 박물관에는 과연 꽤 널찍한 규모로 한국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말엽과 일제강점기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각종 물품들이 유리 전시관 안에 진열돼 있었다. 일본, 중국 물품도 몇 점 섞여 있었으나, 한국 물품의 숫자들이 놀랄 만큼 많았다. 6·25전쟁 시기에 한반도에서 희생된 오틸리엔 선교 수사들의 사진을 모아 놓은 패널도 있어 순례단을 숙연케 했다. 순례단이 하룻밤 묵으러 짐을 풀어 놓은 숙소는 ‘순례자의 집’이라는 이름답게 하얀색을 바탕으로 정갈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수도원 측은 “잠시 머무는 곳이긴 하지만, 기도처 역할을 하기 위해 컴퓨터, 전화 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는 일절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현재 수도 중인 수사는 100여명. 이들은 오랜 수행 전통에 따라 주변 마을과 공동체를 이뤄 밭을 경작하거나 소를 키우고, 각종 수공예 작업을 해오고 있다. 또 수도원 소속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출판사에서 출판물을 만들기도 한다. 출판사 대표인 칠리 셰퍼 신부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관련 저작물을 번역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각기 자신의 일을 갖고 열심히 노동을 하지만, 수도사들의 성무(聖務)는 역시 기도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오후 6시, 은은한 종소리가 수도원 전역에 울려 퍼지며 저녁 기도 시간을 알렸다. 성당에서 치러지는 저녁 기도에 임하는 수사들의 얼굴은 경건하기 그지없었다. 검은 수사 정복을 입고 행렬을 지어 조용히 입장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제대를 중심으로 좌우 의자에 앉은 수사들은 성가를 나눠 부르는 교성(交聲)으로 기도를 올렸다.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맞춰 기도를 올리는 수사들의 목소리가 둔중하면서도 깊은 울림 으로 가슴속을 공명시켰다. 다음 날 오전 5시15분에 시작된 기도 분위기도 저녁 기도와 똑같았으나 오르간 반주는 없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수사들의 기도 소리는 그리스도에게 다가가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기침 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분위기 속에서 취재를 위해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기자의 숙명이 얄궂게 느껴지는 순간 이었다. 가톨릭 수도자는 정해진 시간에 바치는 기도, 즉 성무일도를 게을리할 수 없다. 오틸리엔 수도자들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오전 5시15분에 성당에 모여 아침 기도를 한다. 이후에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기도하며, 오전 6시15분에 성당에 다시 모여 미사를 드린다. 점심 때와 오후 6시, 8시에 하는 기도도 뺄 수 없다. 일과 기도를 조화시키며 살아가는 오틸리엔 수도자들은 침묵을 금 이상으로 소중히 여긴다. 매끼 식사 때도 침묵을 지키며, 저녁 끝 기도 후 잠잘 때까지의 휴식 시간에도 다른 수사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금기시한다. 고독 속에서 수도하는 수도승끼리도 침묵을 지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상의 소리는 크지만 하느님의 소리는 작습니다. 겉으로뿐만 아니라 내면 깊숙이 침묵을 해야 그분의 말씀을 잘 듣고 그 뜻에 따라 살 수 있습니다.” 마우루스 수사의 답변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오틸리엔(독일) = 글·사진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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