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졸업 다음날 파업
임금 25% 인상 합의해놓고 또 올려달라며 전면 파업
노조 "워크아웃 5년간 깎였던 임금 보전해야"
기업이 어려워져'워크아웃(workout·경영 개선 작업)'에 들어갔던 금호타이어노조가 회사가 정상화되자마자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 졸업 다음 날부터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이더니 지난 17일엔 아예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타이어 업체 3사 가운데 경영실적은 꼴찌인데도 종업원 임금은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다.
워크아웃 기간 중에도 동종 업계와 비슷한 임금 수준을 유지했던 이 회사는 워크아웃 졸업 직후엔 노사 합의로 임금을 25.6% 올리면서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 회사 노조는 또다시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전면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우리·산업은행)의 지원으로 간신히 회생한 기업의 노조가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마자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ㆍ워크아웃 졸업하자마자 파업
금호타이어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원 2997명은 지난 11일부터 4일간 부분 파업을 벌이다 17일부터 전면 파업으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이 회사 광주 공장은 사흘째 대체 인력이 투입돼 비상 가동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전면 파업으로 매일 52억원씩 경영 손실을 보는 중"이라며 "파업이 이어질 경우 해외 수출용 생산 물량 감소 등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1년도 안 돼 회사가 다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 ▲ 지난 17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조원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간 광주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한 노조원이 ‘순찰’을 돌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회사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튿날(2014년 12월 24일)부터 부분 파업을 벌여 사측과 임금 25.6% 인상에 합의했으나,최근 또다시 임금 8.3% 인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김영근 기자 |
지난 2009년 당기순이익 7800억원 적자를 낸 금호타이어는 경영 악화가 계속되자 2010년 5월 30일 워크아웃에 들어가 채권단으로부터 신규 자금 9581억8100
만원을 지원받았다.
거의 5년간 지속된 워크아웃 기간에 금호타이어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2010~2013년까지 기본급 10%를 삭감한 뒤, 매년 임금을 동결했다.
여기에 기본급 5%와 상여금 200%를 반납했다.
이 덕에 2010 ~2014년까지 매년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해 12월 23일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러나 이 회사 노조는 바로 다음날부터"워크아웃 기간에 못 받은 임금을 보전해달라"며 부분 파업에 들어갔고,사측은 '동종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임금
25.6% 인상에 합의했다.
직원 1인당 510만원씩의 격려금도 일시에 지급됐다.
워크아웃 기간 중 동종 업계 대비 96% 수준 임금을 받던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올해부터는 평균 연봉 6380만원으로 다른 타이어 업체(5340만~6310만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임금 인상에 따라 사측이 지급한 추가 인건비는 918억원이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순이익(1229억원)의 약 75%가 직원들의 인건비를 올리는 데 투입된 것이다.
ㆍ도덕적 해이에 빠진 대기업 노조
그러나 이 회사 노조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임단협에서 노조는 ▲기본급 15만9900원(8.3%) 인상(민주노총 금속노조 공통) ▲정년 60세 도입하되 임금피크제는 도입 불가 ▲성과급 지급 등을
다시 요구했다.
사측이 "더 이상 명분 없는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자 이 회사 노조는 광주·전남 곡성,경기 평택 공장 모두에서 전면 파업을 벌이는 중이다.
상급 단체가 없는 금호타이어 제2 노조원(161명)만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임금피크제 도입 요구도"60세 정년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내년부터 당연히 연장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는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기업이 없어 사측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사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년을 60세가 아닌 61세로 연장해 올해부터 당장 적용하고,직원 1인당 3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최종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며 노사 관계를 파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이마저도 거부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넥센타이어는 2011년에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9.9%로 동종 업계(10.9~12.1%)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파업이 지속될수록 협력업체 근로자들만 죽어날 것"이라며 "대기업 노조의 불합리한 기득권 지키기를 하루빨리 깨야 노동 개혁이 이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 Chosun ☜ ■ 박은호 조선일보 기자 / 김정환 조선일보 기자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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