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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빠져 나가는 돈...기승 부리는 금융회사 낚시의 진화

浮萍草 2015. 7. 25. 12:28
    징인 이성규(42)씨는 이번 달 신용카드 명세서에서 이상한 내역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채무면제 유예상품 수수료’란 이름으로 4000원 가량이 빠져 나가 있었던 것이다. 
    카드사에 문의했다. 
    “고객님이 신청하셨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청 기억이 없던 이 씨는 어렴풋하게 지난 달 업무를 보던 중 카드사 마케팅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예”만 몇 번 했을 뿐인데 정체모를 서비스에 가입돼 돈이 빠져 나간 것이다.
    이 씨는 화가 치밀어 바로 해지 신청을 했다. 
    그는 “대형 금융사가 전화를 걸어 이런 식으로 고객을 속여도 되는 것이냐”며“대형 금융사들 행태가 대부업체보다 못하다”고 분노했다. 
    은행,보험,카드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 금융회사들의 낚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소비자 주머니를 털어 메꾸고 있는 것이다.
    ▲  한 금융회사 콜센터 직원의 전화 상담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이 씨가 낚인 채무면제 유예상품은 질병·실직 등 상황에 처하면 신용카드 대금 갚는 것을 일정 기간 유예받거나 면제받는 상품이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매달 이용료를 내야 한다. 매달 보험료(이용료)를 내다가 사고(질병·실직)가 발생하면 보상(채무 면제·유예)을 받는 구조란 측면에서 보험상품에 가깝다. 이런 상품은 매달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필요에 의해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카드사들이 무작위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상품에 가입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어떤 내용의 상품인지도 모르고 비용만 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카드 명세서를 잘 살피지 않는 사람들은 매달 비용이 나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다. 지난 5년 간 카드사들이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7400억원에 이른다.
    ▲  한 보험사 직원의 전화 상담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최근 보험업계에선 실손의료보험(본인 부담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 갈아타기 낚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보장 한도는 9월부터 기존 90%에서 80%로 내려간다. 본인부담 치료비를 90% 돌려 주다가, 80% 돌려주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원래 100% 보장이었다가 90%를 거쳐 80%로 내려가게 됐다. 그러면 당연히 기존에 가입해 둔 보험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런데 역으로 100% 보장 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갈아타란 권유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자녀를 위해 실손형 어린이 보험에 들어둔 부모들이 타깃이다. 논리는 이렇다. ‘어린이보험의 보장 기간은 20세까지다. 20세가 되면 새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한도가 100%→90%→80%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그러면 자녀가 20세가 되는 시점에서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한도가 지금보다 훨씬 내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9월 전에 성인이 돼서도 보장받을 수 있는 90% 보장 실손의료보험으로 갈아타야 한다.’ 언뜻 그럴듯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우선 실손의료보험 보장 한도가 계속 떨어질 지 알 수 없다. 금융당국은 80% 보장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보장한도가 더 내려간다 하더라도 그만큼 보험료가 낮아진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갈아탈 지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100% 보장 계약 비중을 줄이기 위해 설계사들은 수수료 수입을 벌기 위해 소비자들을 상대로‘유리한 보험을 깨고 불리한 보험으로 갈아타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금융권 낚시는 은행들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은행들은 금융상품 판매 대리점 수준에 가깝다. 보험사와 증권사를 대신해 예·적금을 가입하러 온 고객에게 보험이나 펀드를 팔아주고 수수료를 버는 것이다. 이때 은행들은 보험의 명목 이자율과 펀드의 과거 수수료를 강조한다. 적금 이자율은 연 3%인데 보험 이자율은 연 5%이니 보험에 가입하는 게 낫다고 추천하는 식이다. 그러나 보험료에는 사업비가 붙고, 펀드에는 운용 수수료가 붙는다. 이를 떼고 나면 상당수 보험과 펀드가 예·적금 보다 못한 수준의 수익률을 낸다. 특히 보험의 경우 사업비 때문에 원금 회수에만 7년 이상이 걸린다. 은행원들은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당장 보험사로부터 수수료 수입을 얻기 위해 고객에게 보험과 펀드를 권유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경기 침체로 금융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소비자를 속여 호주머니를 털어 가는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금융당국은 감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은 낚이지 않도록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hosun        박유연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py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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