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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절 94 상명대의 아름다운 실험

浮萍草 2015. 5. 21. 10:37
    표절 없는 과제물 서약합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상명대에서 학생 세 명이 올바른 글쓰기를 다짐하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월부터 상명대에는 독특한 ‘서약’을 하는 학생이 늘었다. 바로 과제나 논문을 쓸 때 정직한 마음가짐과 올바른 인용방법으로 작성하겠다는 ‘윤리적 글쓰기 서약’이다. 교양대학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강요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시작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취지에 공감하는 학생 1600명이 사인했다. 상명대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과제 겉표지(커버)를 예시로 올려놓았다. 이를 다운로드해 과제물 표지로 쓰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 표지에는 ‘나의 윤리적 글쓰기 서약’이라는 이름으로 8가지 항목에 스스로 확인 표시를 하도록 한다. 8가지 항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 과제물을 직접 작성했다 다른 사람의 글이나 기타 자료를 이용할 때 인용 표시를 정확히 했다 각주와 참고문헌을 통해 인용 부분의 출처를 정확히 밝혔다 여러 글을 짜깁기해 새로운 글처럼 제시하지 않았다 실험 조사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과제물을 사지 않았고, 이 과제물을 팔지 않을 것이다 공동 과제에서, 과제물 준비와 작성에 충실히 참여하여 역할을 다했다 다른 수업에 제출한 과제물을 다시 제출하지 않았다.
    각각의 항목을 꼼꼼히 살펴 동그라미를 치고 마지막에 서명한다. 제출 단계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과제물을 점검해보는 셈이다. 양세정 교양대학장은 “윤리의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쓰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상명대는 ‘사고와 표현’이라는 강좌로 자신도 모르게 표절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포스터 전시를 통해 인용을 정확히 하는 방법을 홍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사회에 논문 표절과 도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불거진 것은 황우석 서울대 교수 사태 이후 10년 남짓. 장관 인사 때마다 기존에 쓴 논문 검증도 이뤄지긴 했지만 항상 반짝할 뿐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학생들도 예전처럼 ‘복사하기’ ‘붙여쓰기’를 쉽게 누를 순 없다. 이제는 표절을 걸러내는 소프트웨어도 만만찮게 진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윤리를 기계에 맡긴다는 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 양심이 소리 내 울 일이다.
    Donga ☜       노지현 동아일보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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