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환경생태 물바람숲

개미귀신 함정 가뿐히 탈출하는 ‘점프 개미’

浮萍草 2015. 5. 20. 11:45
    180도 벌어지고 시속 200킬로로 닫히는 큰턱 반동으로 튀어나가
    먹이사냥 등 위해 진화한 큰턱을 방어용으로, 진화의 '재활용' 사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닫히는 큰턱으로 유명한 올가미턱개미. 큰턱을 이용해 개미지옥을 탈출하기도 한다. 사진= Fredrick J. Larabee, <플로스 원>
    주잠자리과 곤충의 유충은 모래밭에 고깔 모양의 함정을 파놓고 개미가 빠지기를 기다린다. 바로 개미귀신이다.   고깔 중앙의 모래 속에는 날카롭고 커다란 턱을 지닌 개미귀신이 숨어있다. 만일 개미가 함정의 비탈에서 빠져나가려 하면 개미귀신은 모래를 뿌려 작은 사태를 일으켜 개미가 미끄러져 내려오도록 한다.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파놓은 함정 개미지옥. 고깔 중앙의 모래 속에 숨어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함정에서 헤어나려고 몸부림치다 개미는 개미귀신의 커다란 턱에 물려 체액을 빨려 죽는다. 그곳이 개미에게는 말 그대로 개미지옥이다. 그런데 개미지옥을 멋지게 빠져나오는 기술을 진화시킨 개미가 있다. 미국 남동부와 중앙아메리카, 인도 서부 등에 서식하는 올가미턱개미가 그 주인공이다. 이 개미는 크고 쭉 뻗어나온 큰턱으로 유명하다. 180도로 벌어지는 이 턱의 섬모에 먹이가 닿으면 시속 200㎞가 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닫힌다. 이렇게 빨리 입을 닫는 동물은 없다. 이때 자기 체중의 300배에 이르는 힘이 발생한다.
    올가미턱개미. 강력한 큰턱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사진=Nathan Burkett, 위키미디어 코먼스

    올가미턱개미는 이 턱을 이용해 사냥을 할 뿐 아니라 먹이를 조각내고 집을 파고, 애벌레를 돌보는 도구로도 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용도가 발견됐다. 프레드릭 라라비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과정생 등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학술지인 <플로스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개미가 큰턱을 개 미지옥 탈출에 효과적으로 쓴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혔다. 연구자들은 개미를 함정에 빠뜨리고 고속촬영하는 실험을 117번 했다. 개미귀신의 사냥 성공률은 예상보다 높지 않아 36.8%에 그쳤다.
    함정에서 끄집어낸 개미귀신. 날카로운 턱이 눈길을 끈다. 사진=조홍섭 기자

    개미가 재빨리 달아나 탈출에 성공한 경우가 48.7%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런데 15%의 개미는 귀뚜라미처럼 툭 튀어 단숨에 함정에서 탈출했다.
    ■ 올가미턱개미의 개미지옥 탈출 유튜브 동영상

    개미는 스프링이 장착된 큰턱을 함정의 옆이나 바닥에 대고 강력하게 닫을 때 생긴 반동으로 함정 밖으로 튀어나가는 수단을 썼다. 접착제로 큰턱의 반동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자 성공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연구자들은 “포식을 위해 진화한 기관이 도피를 위해서도 훌륭하게 작동하는 진화의 융통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rabee FJ, Suarez AV (2015) Mandible-Powered Escape Jumps in Trap-Jaw Ants Increase Survival Rates during Predator-Prey Encounters. PLoS onE 10(5): e0124871. doi:10.1371/journal.pone.0124871
    Ecotopia Hani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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