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3040 해외 이코노미스트

⑭ 문형식 USC 교수

浮萍草 2016. 3. 17. 22:01
    "데이터 홍수 시대, 이론계량으로 경제학 발전 초석 깐다"
    “경제학이 발전하려면 계량경제학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새로운 데이터와 새로운 경제 모형을 다룰 새 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연구할 수 있는 주제도 많아졌지만,통계학적인 문제도 늘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이론계량경제학의 임무다.” 문형식(49)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복잡한 경제현상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려는 경제학자들에게 적절한 수단을 제공하는 이른바 이론계량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다. 문 교수는 서울 경성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에 85학번으로 입학했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고교 선후배 중에는 유독 경제학자가 많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안승찬 교수와 영국 요크대 신용철 교수, 서울대 김소영 교수와 김정욱 교수 등이 그의 가까운 고교 선후배 경제학자들이다. 이론 계량경제학에 대한 논의인 만큼 그와의 인터뷰는 다른 경제학자와 다룬 내용보다 어려웠고, 지난한 이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메일을 십여 차례 주고 받으면서 그에게 느낀 점은 우직한 학자라는 점이었다.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질문부터 연구의 의도와 주요 내용 등을 묻는 여러 질문에 그는 묵묵하고 꾸준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의 이력서를 보면 50을 눈앞에 둔 지금이 전성기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에서 가장 어려운 저널이라는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를 비롯해 지난해에만 주요 저널에 4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재작년엔 5편을 게재한 것이 연구 목록에 올라 있다. -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 “계량경제학 이론을 주로 연구한다. 특히 패널 데이터(Panel Data)와 관련한 이론 연구를 많이 했다. 최근에는 여러 분야의 실증적 응용 연구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썼던 석사학위 논문은 산업조직론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미국 예일대로 유학하면서 계량경제학을 거의 새로 배웠는데 이 과정에서 흥미가 생겼고 교수들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어 방향을 바꿨다.” - 패널 데이터란 무엇이고, 다른 데이터와 비교할만한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그것에 대한 이론 연구란 또 어떤 것인가. “계량경제 연구에는 보통 세 종류의 데이터가 쓰인다. 횡단면 데이터와 시계열 데이터, 그리고 패널 데이터다. 횡단면 데이터는 개인, 기업, 국가 등 개별 경제주체 또는 개별 단위의 데이터를 한 시점에 모은 것이다. 시계열 데이터는 특정 개별 경제주체의 데이터를 시간 흐름에 따라 여러 시점에서 모은 것이다. 패널 데이터는 이 둘을 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오늘 경제신문에 실린 개별 기업의 주식 가격을 모은 것이 횡단면 데이터다. 한 기업의 주가를 여러 기간에 걸쳐 기록하면 시계열 데이터다. 여러 기업의 여러 기간 주가를 모은 데이터가 바로 패널 데이터다. 패널 데이터는 횡단면 데이터나 시계열 데이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횡단면 데이터나 시계열 데이터만을 갖고 하는 연구에서 고려하기 어려운 면 또는 주제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횡단면 데이터로 하는 연구에서는 개별 특이성을 고려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같은 개인을 여러 번 관측한 패널 데이터가 있으면 다양한 형태의 개별 특이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성을 고려하다 보면 추정이나 검정에 통계학적인 어려움이 생긴다. 패널 데이터 이론 연구는 바로 이런 통계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 한국인 경제학자들이 계량경제학을 유독 많이 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매년 초 경제학자 채용시장에 나온 지원자들을 보면 계량경제학에 다른 분야보다 동양계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계량경제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많이 요구한다. 동양계 학생들이 이런 훈련이 잘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에 훌륭한 계량경제학자가 많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대학원생 중 한국 출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계량경제학 훈련이 잘 돼 있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 계량경제학자들의 추천서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을 보면 한국인들의 전공이 이전보다 많이 다양해졌다. “ - 유학을 간 계기는 무엇인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학부 때는 유학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석사과정에 진학하면서 같은 연구실의 선배와 동기들이 유학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1990년대 초인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않았고 외국 학교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큰 영향을 줬다. 나는 1993년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 첫 해외 방문이었다. 그전에 현지인과 영어로 대화를 해본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 1년 동안 영어 문제로 무척 힘들었다. 1학년 때 비영어권 국가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험에서 불합격하고 칼리지에서 영어 수업을 들으라는 권고를 받았다. 당시 나는 당장 정규 수업도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학원 주임교수였던 크리스토퍼 심스(Christopher Sims) 교수에게 영어 시험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스 교수는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심스 교수는 나의 요청을 듣자 웃으면서 본인도 학교에서 하는 영어 수업이 내 영어 실력을 얼마나 향상할지 의문이라며 면제를 해줬다. 단 조건이 있었다. 그동안 한국인 학생들이 항상 끼리끼리 모여 다니는 것을 봤다며 점심을 꼭 외국 학생과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점심때 한국인 학생과 밥을 먹으러 갈 때면 심스 교수가 주위에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 해외에서 가까이 지내는 경제학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논문을 같이 쓴 공동저자들이다. 한진용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와 프랭크 숄프하이데(Frank Schorfheide)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베누아 페론(Benoit Perron) 몬트리올대 교수, 마틴 와이드너(Martin Weidner)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교수 등이다. 한진용 교수는 나보다 5년 먼저 박사학위를 한 선배 교수다. 미시계량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졌다. 내가 교수가 된 이후에도 미시계량 분야의 조언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같은 LA지역에 거주해 개인적인 일로도 자주 연락을 한다. 숄프하이데 교수와 페론 교수는 예일대에서 같이 공부한 동문이다. 졸업하고 교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15년 이상 여러 편의 논문을 함께 썼다. 둘 다 동부에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자주 연락한다. 와이드너 교수는 내가 논문을 지도한 학생 출신이다. 독일 수학올림피아드 대표 출신인데다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경제학 박사학위도 받은 천재다. 또 로체스터대와 연세대에서 강의하는 장용성 교수와도 연구를 함께한 적이 있고 애리조나 주립대 안승찬 교수님과도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피터 필립스 교수(왼쪽)와 문형식 교수. /문형식 교수 제공
    - 지도교수는 누구인가. “피터 필립스(Peter Phllips) 교수다. 현존하는 계량경제학 최고 대가 중 한 분이다. 200편이 넘는 논문을 썼고, 70명 이상의 박사를 배출했다. 예일대 출신 계량경제학자는 대부분 필립스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한국에도 제자가 여럿 있다. 필립스 교수는 60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30대처럼 연구하고 논문을 쓴다. 논문을 지도할 때 학생의 연구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장점이 있다.” - 박사학위 논문은 어떤 것인가. “불안정한 패널 데이터(nonstationary panel data)에 대한 3편의 논문으로 구성됐다. 2편의 논문은 학술지에 발표됐다. 특히 1999년에 필립스 교수와 학술지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한 논문은 내가 쓴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패널 데이터에 대한 연구를 보면 횡단면 자료의 숫자는 많지만 시계열 자료의 숫자는 적은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시계열로도 규모가 큰 패널 데이터가 여럿 만들어졌고, 이런 데이터에 대한 계량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연구를 통해 패널 데이터의 횡단면 자료와 시계열 자료 규모가 동시에 클 때 추정량과 검정량이 기본적으로 갖는 ‘점근적(asymptotic) 성질’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이론을 세웠다. 점근적 성질을 연구한다는 것은 통계량이 무한대로 갔을 때의 근사치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소득을 추정하기 위해 자료의 평균을 사용한다고 하자. 실제 어떤 가구에서 설문조사를 했는지에 따라 추정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추정치가 확률변수가 되고, 추정량은 확률분포를 갖게 된다. 하지만 정확한 확률 분포를 모르는 문제가 있다. 이럴 때 자료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날 경우의 근사치로 구하는 작업을 한다. 이를 이론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두 번째 논문은 ‘계량경제학 이론(Econometric Theor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패널 데이터를 사용해 시계열 경제변수가 갖는 영속성(persistency)에 대한 연구다. 영속성이 단위근에 가까울 때 이를 추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영속성이 단위근에 가깝다는 것은 변수에 주어진 충격의 영향이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기 같은 충격으로 오른 환율이 계속 그대로 있다면 영속성이 단위근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 최근 연구를 소개하면 어떤 것이 있나. “작년 여름에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한 논문은 패널 데이터를 이용해 회귀분석을 했을 때 데이터로 측정하지 못하는 변수가 있는 경우 어떻게 추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개인의 노동소득이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알아본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개인의 능력, 의지, 동기부여 같은 변수와 이런 것들의 경제적 보상치(가격) 등은 데이터로 측정하기 어려운 변수들이다. 게다가 교육 수준처럼 측정되는 변수들과 상관관계가 있다면 추정을 더 어렵게 한다. 이렇게 데이터로 측정하기 어려운 개인의 특성과 시간별 특성이 존재하는 경우 어떻게 패널 회귀분석 모형을 추정하는지를 보이고 그 추정량이 갖는 성질을 보인논문이다. 2012년에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한 논문은 계량모형 또는 추정하려는 모수가 ‘부분 식별된(partially identified)’ 경우에 대한 연구다. 부분 식별은 실제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항공사가 어떤 도시에 취항할지를 결정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시장 진입이 게임 상황인 경우,즉 나의 진입 결정과 다른 기업의 진입 결정이 서로 연관된 경우 이 결정은 게임이론의 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증분석을 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게임의 균형이 유일하지 않고 여러 개가 있을 수도 있다. 결국 항공사가 어떤 균형을 선택했는지를 알 수 없다. 이런 경우를 부분 식별됐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계량모형 또는 경제모형의 구성 요소가 부분 식별된 경우 베이지안 추론법과 빈도주의 추론법의 결과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했다.” -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어렵다. 이론적인 연구만 하는가. 현실 경제와 관련된 것은 없나. “과거에는 이론 연구를 많이 했다. 요즘에는 각 분야의 연구자들과 다양한 주제의 실증분석도 시도하고 있다. 연구에서 나의 역할은 각각의 실증분석에 특화된 계량 모형을 세우고 추정 방법이나 검정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국의 수능성적 자료를 이용해 서울시 고등학교의 교육환경 요인이 학생의 수능 점수에 미치는 평균적인 치료 효과(treatment effect)를 추론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수요에 관한 추정 모델을 확장 적용해 정당의 득표율을 추정하는 문제 등에 대한 연구를 최근 진행했다. 수능성적에 대한 논문은 한양대 최자원 교수 등과 지난 2014년 발표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논문에서는 교사 대 학생 비율과 남녀공학 여부 등을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치료 변수)로 간주하고 학생들의 수능 점수를 치료 결과로 상정했다. 각 요소가 수능 성적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 다시 말해 각 변수의 평균 치료 효과를 어떤지를 알아봤다. 최근 진행된 이런 주제를 다른 연구가 많다. 기존 연구들을 보면 남녀공학인 경우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평균적으로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공학에서는 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좋은 것이다. 이런 인과관계를 알아보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수능 성적이 치료 요소인 각 학교의 학습 요인과 상관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고나 외고처럼 시험을 봐서 들어간 학교라면 이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2010년 이전까지 학군제에 따라 학교에 배정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전제조건을 만족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군 내에서 학교를 배정받더라도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학군 다시 말해 사는 지역은 자율적으로 선택이 가능한 요소라는 점이다. 우리 연구에서는 이렇게 학군을 선택하는 것이 의지로 가능한 경우(내생적인 경우)에는 고정효과의 추정량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가중평균 추정법을 제시했다. 결국 남녀공학이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이것을 잘 알아내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040 해외 이코노미스트]⑭ 문형식 USC 교수"데이터 홍수 시대, 이론계량으로 경제학 발전 초석 깐다"
    - 선거구에 대한 연구는 어떤 것인가.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과 함께 한 이 연구에서는 경제학의 실증산업조직 연구에서 많이 쓰는 수요함수 추정 법을 확장해 정당이 선거운동에 사용한 비용이 득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정했다. 개별 투표자는 소비자에 해당하고 선택한 정당은 제품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정당별 득표율은 시장점유율, 즉 수요라고 보면 된다. 수요함수를 추정할 때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문제는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이 혹시 내생성을 가진 변수인가 하는 점이다. 선거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득표율이 높거나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선거운동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비용과 정당별 득표율 간에 상호 작용(내생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제대로 된 추정을 할 수 없다. 이런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통제 변수를 사용하곤 한다. 선거의 경우 투표구의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요소들이 투표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고려할 변수의 숫자가 많아진다. 우리는 빅데이터 연구에 많이 사용하는 통계추정법을 사용해 통제변수를 선택하고 관심변수를 추정했다.” - 이런 이론계량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나. “계량경제학은 경제문제의 실증분석에 쓰이는 통계 분석방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통계학과 다른 점은 기본적으로 경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쓴다는 점이다. 분석 방법도 경제 이론에 근거해 실증 모형이 가지는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결국 경제학 전반의 발전과 계량경제학의 발전은 상호 보완적이다. 실증 연구에서 접하는 새로운 데이터 문제 또는 모형의 특이성 때문에 통계 기법을 연구해야 하고 새로 연구된 기법은 그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다.”
      이재원 조선경제 기자 tru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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